
【STV 박상용 기자】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정국 경색을 풀려던 계획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일방적인 불참 선언으로 12일 무산됐다. 국가 원수와의 약속을 불과 1시간 앞두고 파기한 이번 ‘노쇼’ 사태는 전례를 찾기 힘든 무책임한 정치적 결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찬 시간을 20분 앞둔 오전 11시 40분 브리핑을 통해 회동의 최종 무산을 공식 발표하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홍 수석은 국회 상황을 대통령실과 연계해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소통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 대표는 불참 배경으로 전날 법사위의 사법개혁 법안 통과를 거론하며 “한 손으로는 등 뒤에 칼을 숨기고 다른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데 대해 응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여당이 스스로 주도한 입법 과정을 핑계 삼아 대통령과의 공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격이다.
특히 장 대표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어렵게 마련된 협치의 장을 “모래알로 지은 밥”에 비유하며 대화의 문을 스스로 걸어 잠갔다. 본인이 직접 요청해 성사된 만남조차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휘둘려 번복하는 모습은 제1야당 대표로서의 자질과 정무적 판단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라며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눈곱만큼도 없는 작태라고 경악했다. 민생을 보듬어야 할 설 명절을 앞두고 정쟁을 빌미로 소통을 거부한 장 대표의 행보는 민심의 거센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오찬 취소 보고를 받은 뒤 특별한 언급은 없었으나, 성과를 내야 할 집권 2년 차에 입법 지원을 거부하는 야권의 태도에 근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준비한 초당적 협력 분위기 조성은 당분간 동력을 잃고 정국은 더욱 꽁꽁 얼어붙게 됐다.
청와대는 “국회 상임위 일정과 청와대의 일정은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장 대표가 국회 내부 상황을 청와대 개입으로 몰아세우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정 법안 처리를 이유로 국가적 소통 일정을 파괴하는 선례를 남긴 장 대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당내 리더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통령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 투쟁 방식은 합리적 대안 제시보다는 발목잡기에만 골몰하는 무능한 야당의 이미지를 강화할 뿐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오찬 무산의 책임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에만 매몰되어 국가 수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행태는 정치 복원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은 처사로 기록될 것이다.
협치와 통합의 메시지를 기다렸던 국민은 차가운 정국 냉각을 지켜보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 대표가 던진 숟가락은 단순히 오찬을 취소시킨 것이 아니라, 어렵게 싹텄던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고 민생 회복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