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구소련에서 독립한 15개국은 수십 년간 사회주의 체제 아래 장례 형식을 공유해 왔으나, 독립 이후 각자의 종교적 뿌리와 민족적 전통을 회복하며 독특한 이별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첨단 기술과 복지 제도가 결합하며 추모 방식이 한층 현대화되는 추세다.
러시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슬라브 정교회 문화권은 죽음을 ‘잠드는 것’으로 정의하며 고인에게 예복을 입혀 관에 안치한다. 이때 조문객은 반드시 ‘짝수’의 꽃을 바치는데, 이는 완결과 안식을 의미하는 러시아만의 엄격한 예법이다. 최근 러시아 대도시에서는 '리투알(Ritual.ru)' 같은 앱을 통해 묘지 청소와 헌화 대행을 주문하고, 고인의 생애를 담은 디지털 페이지를 QR코드로 비석에 새기는 IT 기반 상조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반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사후 24시간 이내 매장을 원칙으로 한다. 유목 전통이 강한 이들은 장례 당일 말이나 양을 잡아 손님을 대접하며 공동체의 축복으로 고인을 보낸다. 특히 이들 국가는 국가 차원의 '장례 보조금' 제도가 발달해 있어, 유족에게 일정액의 일시금을 지급하거나 저소득층에게 수의와 비석 비용을 지원하며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발트 3국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영향으로 묘지를 ‘숲속 정원’처럼 가꾸는 정적인 문화를 지녔다. 이곳 상조 산업의 핵심은 해외 이주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고향으로 시신을 운구하는 ‘국제 송환 서비스’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등은 해외에서 사망한 자국민의 송환 비용을 국가가 일부 보전해 주는 특화된 복지 정책을 펼치며 국가 간 상조 협력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코카서스의 아르메니아와 그루지야(조지아)는 교회 의식이 중심이며, 조지아는 장례 연회에서 ‘타마다’라 불리는 사회자가 와인을 곁들여 고인을 찬양하는 독특한 풍습을 유지한다. 상조 산업 면에서는 수백 명의 조문객을 위한 대규모 케이터링 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이처럼 유라시아 전역은 독립 후 각자의 색채를 강화하면서도, 장례 후 40일째에 성대한 추모식을 여는 등 과거의 공통된 정서를 지역색에 맞게 계승하고 있다.
결국 유라시아 15개국은 러시아의 짝수 꽃 전통과 중앙아시아의 이슬람식 매장법이라는 문화적 유산을 지키면서도, '스마트 추모'와 '공공 보조금'이라는 현대적 도구를 통해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가 결합된 이러한 흐름은 고인에 대한 예우를 다함과 동시에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부담을 공동체가 함께 나누려는 인류학적 지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