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지난 2024년 말 방영된 드라마 ‘조명가게’에서 고인을 ‘죽어서도 사람’으로 예우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우리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본질적 태도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듯 법령상 무미건조하게 쓰이던 ‘시체’라는 용어는 2015년 정비되었고, 지난 2025년 1월 24일부터는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아래 적법한 자연장 방식으로 공식 안착했다.
새롭게 개정된 시행령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해안선에서 최소 5km 이상 떨어진 해상에서만 산분을 허용하며, 골분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수면 밀착 살포를 규정하는 등 구체적인 안식의 수칙을 명문화했다.
이처럼 해양장이 63년 만에 제도권에 들어왔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탈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인천해경은 연안부두 인근 금지 구역에서 유골을 살포해온 업체 3곳을 최초로 적발했다. 이들은 연료비 절감과 이동 시간 단축을 위해 1,800여 회에 걸쳐 규정 구역 안쪽에서 장례를 강행했으며, 이를 통해 약 11억 원의 부당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장은 골분과 생화 외에 고인의 유품이나 보관 용기를 투기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친환경 장례를 지향하지만, 일부 업체의 이기적인 영업 방식은 유족들을 본의 아니게 불법 행위자로 내몰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행정 당국의 사후 관리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통계 관리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보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이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권한조차 없다. 더욱이 해양장 대행업은 별도의 인가나 신고 의무가 없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되어 있어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정부는 그간의 관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6년 1월 1일부터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전격 개편하고, 화장 신고 단계에서 산분장 여부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는 통계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해양장 이용 현황을 체계적으로 수집할 근거는 마련됐으나, 정작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장의 운영 전반을 통제하거나 불법 영업을 실시간으로 차단할 세부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해양경찰 측은 "제도화된 해양장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지정 구역 준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번 적발 사례를 계기로 불법 영업에 대한 엄정 대응을 선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속 이전에 민간 업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행정 지침과 이용자 권익을 보호할 표준 약관 마련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국 수요의 약 70%가 집중되는 인천시의 경우, 적극적인 조례 제정이나 관리 체계 구축에 다소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양장이 법적으로 허용된 지 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실질적인 현장 관리와 투명한 운영을 뒷받침할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이 시급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