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 고분군 정밀발굴조사에서 동해안 지역 최초로 적석분구묘가 확인됐다. 강릉시와 강원고고문화연구원은 22일 국가유산청 허가 아래 진행 중인 조사 성과를 공개했다. 하시동리 고분군은 강원특별자치도 기념물이다.
적석분구묘는 돌을 쌓아 만든 무덤 형태로, 과거에는 적석총으로 통칭돼 왔다. 다만 최근에는 봉분 구조의 특징을 반영해 적석분구묘라는 용어가 더 자주 쓰인다. 예맥역사문화권 적석분구묘는 사구를 정지한 뒤 주검 칸(매장주체부)을 강돌 또는 깬돌로 조성하는 방식이 핵심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에 확인된 유구는 해안사구 해발 약 7m 지점에 조성됐고, 평면 형태는 직사각형에 가깝다.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는 남북 길이 42.6m, 동서 너비 18.5m로, 영동권 고분 가운데서도 대형급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검 칸은 ‘–’자형과 ‘ㄴ’자형이 함께 확인됐다. 조사단은 향후 세부 조사로 축조 방법과 순서, 매장 의례의 구체적 양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고분의 조성 시기는 출토 유물의 종류와 양상을 종합할 때 기원후 3세기 후반에서 4세기 초반 무렵으로 추정된다.
학술적으로 주목되는 지점은 지역성의 확장이다. 적석분구묘는 그동안 강원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확인돼 왔는데, 이번 발굴로 영동 해안지역에서 최초로 매장 유구가 확인됐다. 예맥계 적석 묘제가 산지를 넘어 동해 연안까지 뻗어 있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STV 김형석 기자】특히 그동안 발굴 사례가 없었던 呂·凸자형 주거지 축조 집단의 묘제가 함께 확인된 점도 의미가 크다. 생활 유적과 장례 유적의 연결고리를 복원할 수 있는 단서가 확보됐다는 뜻으로, 특정 집단의 삶의 양식과 장례 관행을 함께 해석할 여지가 커졌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영동 예맥역사문화권과 단결-끄로우노프카문화(옥저) 간 상호 작용, 신라문화권과의 교류 양상 등을 규명하는 데에도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안을 매개로 한 문화 교차 가능성을 구체 자료로 검토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이번 정밀발굴조사는 역사문화권 정비 체계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강릉시는 국가유산청의 2024년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 지원사업에 선정된 뒤 조사를 본격화했으며, 지난 3일에는 예맥역사문화권 묘제 규명을 위한 현장 학술자문회의도 개최했다.
조사 방식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적석분구묘의 전체 축조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외부 조사가 이뤄졌고, 앞으로 주검 칸(매장주체부) 세부 조사로 축조 양상과 매장 의례를 정밀하게 확인할 예정이다. 구조 확인을 넘어 장례 절차와 공간 구성의 의미를 복원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장례·상조 관점에서도 이번 발견은 고대 장례문화의 지역 변이를 보여주는 현장 자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매장시설의 규모와 구성, 의례 흔적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고대의 애도·추모 방식과 공동체 장례의 운영 원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복원·정비가 진행되면 역사교육과 문화관광의 현장 콘텐츠로 확장되면서, 추모·기억의 문화가 지역 관광과 결합되는 사례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원은 "매장 유구가 그동안 강원 영동지역에서 발굴되지 않았던 呂(여), 凸(철)자형 주거지 축조집단의 묘제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발굴조사를 통해 영동 예맥역사문화권과 단결-끄로우노프카문화(옥저)의 상호 작용, 신라문화권과의 교류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강릉시 관계자는 "하시동 적석분구묘의 명확한 성격과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체계적인 정밀발굴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 복원·정비를 통해 문화관광 및 역사교육 등의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