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일로 정확히 6개월(180일)을 남기면서 여야의 승부 구도가 본격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6·3 대통령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처음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로, 집권 1년 차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의 종합 평가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교육감을 한꺼번에 뽑는다.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2월 3일부터 시작되며, 광역의원·기초단체장·기초의원 예비후보는 같은 달 20일부터 등록이 가능하다. 후보자 등록은 5월 14~15일 이틀간 진행되고, 5월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사전투표는 5월 29~30일 이틀 동안 진행되며, 본투표는 선거일인 6월 3일 치러진다.
선거 180일 전에 해당하는 이날부터는 공직선거법상 각종 제한·금지 규정이 발동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기관의 사업계획이나 성과를 홍보하는 인쇄물·영상물 제작·배포가 금지되고, 근무 시간 중 공공기관이 아닌 단체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제한을 받는다. 정당·후보자·입후보 예정자가 설립·운영하는 단체는 선거구민을 상대로 한 일체의 선거 관련 활동이 금지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디지털 포렌식과 디지털 인증 서비스(DAS) 등 최신 조사기법을 활용해 위법 행위를 엄정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 성적표’ 성격이 짙다. 이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점유한 상태에서 출범했다. 여당이 지방권력까지 장악할 경우 입법·행정부에 이어 풀뿌리 권력까지 거머쥐게 되는 만큼, 향후 국정 과제 추진 속도와 여야 힘겨루기 구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집권 후 첫 전국 선거에서 고전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으로서도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승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12·3 계엄 사태를 둘러싼 ‘내란 심판’ 프레임을 부각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목표는 ‘어게인 2018’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차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곳을 석권했고, 부산·울산·경남(PK)과 강원 등 이른바 ‘험지’에서조차 광역·기초단체장을 휩쓸며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에도 전국 지형을 비슷한 수준까지 되돌려 놓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2022 어게인’을 외치며 반전을 노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시·도 중 12곳에서 승리하며 다수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당시 당선된 단체장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만큼,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살려 이재명 정부를 향한 견제론과 심판론을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의 ‘내란 몰이’와 ‘입법 독주’로 민생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메시지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번 선거가 ‘마지막 방어선’에 가깝다.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연이은 대선 패배로 이미 큰 정치적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지방선거마저 패하면 ‘지리멸렬한 야당’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보수 진영 전체의 위기감이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보수 진영이 ‘탄핵(계엄)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로 갈라져 있는 가운데, 어느 스펙트럼의 인물을 전면에 세우느냐에 따라 판세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 차이는 탄핵에 찬성한 보수가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만약 보수 진영에서 '탄핵 찬성 주자'를 간판으로 내세운다면 선거 구도는 초박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룡(대권주자)들의 향배 역시 관심이다. 한국 정치에서 광역단체장은 대선 도전으로 가는 대표적 교두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경기도지사·서울시장을 발판으로 대권에 올랐다. 내년 선거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 잠재력을 가진 인사들이 서울·경기·부산 등 핵심 격전지에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에는 국민의힘 오세훈 현 시장의 ‘5선 도전’ 여부가 최대 변수다. 같은 당에선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는 김영배·박홍근·박주민·서영교·전현희 의원과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필요할 경우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 안팎에서 나오는 분위기다.
경기도지사 선거도 수도권 전체 판세를 가를 핵심 승부처다. 민주당에선 현직 김동연 지사의 재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추미애·박정·권칠승·김병주·한준호·염태영·강득구 의원 등이 당내 경선 주자로 거론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국민의힘에선 안철수·김은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아직 뚜렷한 ‘원톱’ 후보가 부각되진 않은 모습이다.
부산·울산·경남(PK)과 강원·충청권도 승부처로 꼽힌다. 부산에선 박형준 시장이 3선 도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 박재호 전 의원 등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탈환’을 노리는 강원도지사와 충남·충북도지사, 대전시장, 경남도지사, 울산시장 등도 여야가 총력을 기울일 지역으로 분류된다.
중앙선관위는 “지방권력은 중앙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최일선”이라며 유권자의 선택이 향후 국정 과제 추진 동력과 여야 세력 구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하는 무대를 넘어, 여야의 장기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6개월간 정치권의 긴장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