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홍콩 타이포 지역 고층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불이 난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단지 화재는 발생 사흘째인 28일 오전 6시 38분 기준 사망 94명, 부상 7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숨진 소방관 1명이 포함됐고, 부상자 가운데 12명은 위독, 28명은 중상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주로 건물 내부 계단을 통해 생존자를 구조했으며, 화재 발생 후 24시간이 훌쩍 지난 전날 저녁에도 16층 계단에서 1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고가 사다리차를 동원해 상층부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수습되는 시신도 계속 늘고 있으며, 이날 오전에는 체구가 작아 어린이로 추정되는 시신 2구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요청 25건이 고층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돼 수색·구조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이 화재로 약 2천 가구, 8개 동 규모의 단지 가운데 7개 동이 불에 탔고, 주민 약 900명이 인근 학교 등 8곳의 임시대피소로 옮겨진 상태다. 화재 진압과 구조작업에는 소방관 1천250명 이상이 투입됐으며, 4개 동은 잔불로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아 재발화를 막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웡 푹 코트는 1980년대에 지어진 공공분양아파트 단지로, 최근 1년여 동안 대규모 외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홍콩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대규모 리노베이션(보수)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가연성 자재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비계를 지목하고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아파트 외벽 전체를 둘러싼 대나무 비계와 그물형 안전망, 스티로폼 자재 등을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여러 동으로 번졌고, 격렬한 화세는 24시간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오전 단지 건물 관리회사를 압수수색하고, 보수공사를 맡은 시공업체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독립부패수사위원회(ICAC)는 총 3억3천만홍콩달러(약 622억원)가 투입된 이번 공사 과정 전반에 부패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별도 수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정확한 발화 지점과 공사 자재의 안전성, 관리 주체의 책임 범위를 집중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비슷한 구조와 공법을 적용한 다른 공공주택 단지에 대한 안전 점검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참사는 수십 년 만에 홍콩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전망이며, 노후 고층 주거시설의 리모델링 안전기준 전반을 손보라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