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이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경고가 이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증시까지 급락세를 보이며 AI 버블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04%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지수 역시 일제히 내림세로 마감했다. AI 투자 열풍을 주도하던 팰런티어 주가는 7.95% 급락한 190.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팰런티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 랠리를 이어가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이미 지나치게 높았다”고 분석했다. 팰런티어의 3분기 매출은 11억8천만달러, 주당순이익은 21센트로 모두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AI 데이터 분석기업인 팰런티어는 미국 정부, 특히 국방부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며, 올해 들어 주가가 170% 이상 오르는 등 폭발적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예상치를 뛰어넘은 실적조차 투자자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며 조정 압력이 커졌다.
여기에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팰런티어와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는 최근 “AI 관련 기업 주가에 심각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경고했다.
팰런티어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250배로, 엔비디아(33배), 마이크로소프트(29.9배)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일 가능성도 있지만 버리의 경고처럼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투자 광풍은 개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도 이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팰런티어의 하루 평균 개인 거래금액은 3억2천만달러(약 4,600억원)에 달하며, 주가는 최근 2년간 1,000%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개인 투자자 중심의 ‘개미 선호 지수’가 이날 3.6% 급락해 4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AI 거품론에는 주요 투자은행(IB) 수장들도 합류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앞으로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수 있다”며 “지속된 상승 후에는 반드시 되돌림이 온다”고 경고했다.
최근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천억달러를 투자받아 다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기로 한 ‘순환적 거래’ 구조도 논란을 키웠다. 리서치 업체 세븐스 리포트는 “오픈AI의 기업가치가 예상 매출의 25배에 달하며, 이는 거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I 거품의 여파는 5일 아시아 증시로 확산됐다. 한국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7%대 급락하며 3,900선 아래로 밀렸고, 코스닥 지수도 4% 넘게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 또한 6거래일 만에 50,000선을 내주는 등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AI 투자 붐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만큼, 이번 조정이 단기적인 ‘숨 고르기’인지, 거품 붕괴의 전조인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