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이 다시 장외로 나섰다. 대구에 이어 서울 도심에서 1만 명이 모였다(경찰 추산). ‘야당 탄압’, ‘입법 독재’를 규탄한다는 명분이지만, 과연 이 방식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정치의 장은 국회다. 헌법이 보장한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도 그곳에서 지켜진다. 그런데 의사당을 등지고 광장으로 나가 구호를 외치는 행태는, 스스로가 입법기관임을 부정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여론전을 명분 삼지만, 실제로는 민생 현안을 뒷전으로 미루고 ‘정치적 쇼’를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이번 장외집회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획됐다. ‘추석 민심 잡기’라는 계산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세를 과시하려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여당의 개혁 입법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당하다. 그러나 해결의 장은 도로가 아니라 국회 본회의장이다.
집회 발언 역시 과격했다. “전과자 정권”, “사법부·언론·안보가 무너졌다”는 식의 극언은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도층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더구나 검찰개혁이나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독재’로 단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토론을 회피하는 태도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국가를 운영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국민의힘은 거리의 확성기보다 국회의 마이크를 붙잡아야 한다. 정쟁을 위한 장외투쟁은 잠깐의 박수는 얻을 수 있어도, 신뢰와 지지를 쌓을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친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대안이다.
민심은 소란보다 책임 있는 정치를 원한다. 장외집회로 결집한 함성이 진정 국민의 목소리라고 착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가장 크게 훼손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