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협업 제안을 해도 쉽지 않네요. 아무래도 이미지를 신경쓰는 건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조업계에서 흔히 나왔던 푸념이다. 타 업계가 상조업체와 손잡기를 꺼리던 이유는 업종 이미지 때문이었다. 실제로 과거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도 상조업 진출을 고려하다 접은 적이 있다. 이는 상조업의 잠재력과 이미지를 높게 평가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됐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상조 회원 수가 1천만 명에 육박하고, 선수금이 10조 원을 돌파하면서 상조업은 금융·법률·헬스케어·교육까지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주요 정보공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상조 회원 수는 960만 명, 선수금은 10조 원을 넘어섰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보람그룹과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보람그룹은 국내 최고 수준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과 업무협약을 맺어 회원에게 법률·세무·회계 컨설팅을 제공한다. 세종은 금융, 상속, M&A, 조세 등에서 국제적 평가를 받아온 대형 로펌으로, 이번 제휴로 회원들은 상속·부동산·가사 문제 등 일상적 법률 자문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또한 보람그룹은 국내 최대 주차 전문기업 하이파킹과 손잡고 차량 편의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국 1,400여 개 직영·제휴 주차장, AI 기반 스마트 주차 시스템, 공항 발렛·세차 우대 등 회원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포함된다. 이미 바이오·건기식·크루즈·반려동물 장례 등 신사업을 전개해온 보람그룹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토털 라이프케어 실현’을 가속화하고 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롯데하이마트와 제휴해 가전 구독과 상조 서비스를 결합한 ‘하이프리드 구독’ 상품을 출시했다. 고객은 원하는 기간과 납입금액을 선택해 가전을 이용하고, 상조 서비스 이용 여부에 따라 전액 환급 또는 최대 480만 원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한은행과 제휴해 시니어 고객 맞춤형 금융·라이프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건강검진·간병비 지원·프리미엄 크루즈 상품 등 고령화 사회에 특화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웅진은 장례 직후 유족 심리상담, 유품정리, 기일 안내 등 ‘일상형 케어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한화리조트·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무브(MOVV) 등과 협력해 멤버십 혜택을 넓히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영어캠프까지 운영하며 교육 서비스로 확장, 학부모 고객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협업에 부정적이던 기업들이 이제는 먼저 제휴를 제안하고 있다”며 “상조업이 장례를 넘어 삶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과 브랜드 신뢰도가 기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