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소비를 줄이자는 국가적·세계적 흐름이 있는데 장례식장만 ‘독고다이’냐.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준비 안 하고 있으면 막상 파도가 쳤을 때 파도를 넘을 수가 없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의 말은 단호했다. 박 회장은 장례식장만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며 일회용품 사용을 지속할 수 없으며, 일회용품 사용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가 시대의 대세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일회용품 사용을 적극 제한하고 있다. 커피숍에서는 플라스틱잔 대신 머그잔 사용이 크게 늘었고, 대형마트에서도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이 금지됐다.
장례식장이라고 일회용품 사용제한의 유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장례식장에서는 막대한 양의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밥·국 그릇을 제외한 접시류 사용량은 연 2억1600만개에 달하며 이는 756톤의 무게다.
사회적인 논의도 불붙었다. 지난해 11월 23일 충남 홍성의료원에서는 공공의료원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 문제를 주제로 열띤 논의가 오갔다.
토론에 참여한 박승옥 공주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사회적 기업을 통해 장례식장의 설거지 문화를 부활시키고 일자리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례식장에서 설거지를 하게 될 경우 추가적으로 발생할 비용 문제는 고민이다. 장례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1994년도까지도 국민 70% 이상은 장례식을 집에서 치렀다. 하지만 아파트 문화 활성화와 함께 2005년도에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비율이 6.9%까지 떨어졌다.
주거환경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장례문화의 변화가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맞닥뜨리면서 고민이 생긴 것이다.
박일도 장례협회장의 말은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제한에 대한 힌트를 준다.
“어떤 방법으로든 (일회용품 사용제한은) 가야될 방향이다. 사업자들이 불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