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釜山窯·對州窯’의 한글판 ‘부산요와 일본 다완’ 출간

2012.05.09 07:09:55

일생을 조선 도자기 연구에 매진하여한국 도자기의 신()’이라 불린 아사가와 노리타카 선생의 저서釜山窯·對州窯의 한글판이 출간되었다.

 

 

80년 가까이 지속된 조·일 공동 생산 체제와 부산의 가마에서 만든 일본 막부의 도자기 등 감춰진 역사를 낱낱이 밝히는 이 책은 부산요의 성립과 폐쇄, 운영체제, 생산된 다완의 목록뿐 아니라 조선과 일본 도공 사이의 외교적 마찰, 조선 도공의 애환 등의 기록을 다룸으로써 잊혀진 역사를 생생히 재조명한다.

 

한국의 도자기는 40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니며 그 우수성과 명성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역사적으로만 보아도도자기 전쟁이라 불린 임진왜란을 통해 많은 도공이 일본에 끌려갈 정도로 당대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여기까지는 대다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임진왜란 이후 도공의 이야기는 그간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것이 사실이다.

 

임진왜란 후 도쿠가와 막부는 소우케(宗家)를 통해 견본을 보내 조선 도공에게 도기를 만들도록 했다. 그 후 도쿠가와 막부의 요청으로 소우케(宗家)가 부산에 가마를 만들었다. 조선 도공도 함께 도기를 만들었는데, 좋은 기물이 있는가 하면 본질과는 거리가 먼 기물도 있었다. 동시에 용도에서는 그 시대 일본의 취향을 대표하고 있었으므로, 일종의 도쿠가와 초기 공예, 일본 초기의 여러 가마와 닮은 곳도 있었다. 이를 명확하게 하는 것은 다인, 소위 조선 다완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임과 동시에 일본 초기의 가마예술과의 관계를 매듭짓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임진왜란을 통해 수많은 도공이 일본에 끌려갔지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갑자기 일본의 도자기 수준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이에 도쿠가와 막부는 부산에 가마를 만들도록 명령하고 소우케를 통해 견본을 보내어 조선 도공에게 도기를 만들도록 했다. 조선 도공의 입장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면 설명대로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나온 다완이고혼(御本)’으로 명칭 자체에 견본이란 뜻이 있으며 고려 다완의 일종이다.

 

이후 조선의 기술을 습득함과 동시에 본인들의 취향에 맞는 도자기를 얻기 위해 1644년부터는 일본 도공을 번사(燔師)로 파견하였다. 이때 다완을 굽기 위한 재료인 백토, 약토, 황토, 필요한 도공, 화공 등을 함께 조선에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발생하였다. 매번 흙을 대량으로 요구하였으며, 전혀 생산되지 않는 원료를 요구할 때도 많았다. 특히 말썽을 일으키며 조선과 마찰을 겪은 인물로 야헤이타(松村彌平太)가 있다. 그와 관수의 논쟁은 본문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복잡한 사건을 몇 차례 반복하고 1717년 부산요는 끝내 문을 닫았으나 80년 가까이 부산에서 생산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도자기들이 80년간 지속된 부산요의 역사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비록 끝까지 잘 마무리되진 못했지만,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이 시기 도자기들이 있기에 비교적 성공한 공동 프로젝트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잊혀진 역사, 감춰진 역사를 찾아내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나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 도자기의 원류가 조선임을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사가와 노리타카 선생이 조선민족미술관(현 국립민속박물관)을 설립한 것도 모자라 한국 가마터를 조사하고 직접 도자기를 제작한 것만 보아도 그가 국경을 초월하여 행동한 지식인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인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기에 우리에겐 더욱 뜻깊게 와 닿는다. 그의 결실釜山窯·對州窯가 비록 80여 년이 지난 오늘에야 제대로 번역되어 새롭게 태어났지만, 그의 크나큰 업적과 결과는 지난 시간 아무런 의미 없이 존재한 것이 아니며 도공의 숨결을 품은 도자기처럼 더 커다란 의미를 내뿜기 위해 인내로 버티고 있었는지 모른다.

 

들어가기에 앞서 원저자와 번역자가 밝혔듯 이 책이 21세기 한국과 일본의 교류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조선과 일본의 순수 제품을 밝히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임창용 기자 news7@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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