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여전히 ‘죽음’은 금기시 되는 한국사회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변화 중 하나가 장례지도사나 장례식장 직원이 쓴 책이 나온다는 점이다. 출판사 편집자들이 기민하게 세상의 흐름을 읽고 그에 발맞춰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강봉희 장례지도사가 펴낸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는 요즘 가장 돋보이는 책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당시 누구도 코로나 사망자 시신에 손을 대려하지 않았다.
사정이 급해지자 대구시청은 강봉희 씨를 찾았다. 그간 700여 명의 무연고 고독사 사망자와 기초수급자 사망자를 일일이 염하고 삶의 마지막을 동행해준 강 씨라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구의 2020년 봄은 전대미문의 공간, 전대미문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내 예순여덟 평생에 그러한 죽음의 모습, 죽음의 현장은 처음이었다.”
강 씨의 회고는 백전노장인 장례지도사조차도 버거웠던 팬데믹의 현장을 돌아보게 한다. 그럼에도 강 씨는 묵묵히 코로나 사망자들의 마지막을 동행했다. 이러한 삶의 의연한 태도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유머러스 해보이는 책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미국의 여자 장례지도사가 쓴 화장터 르포르타주다. 어린 시절 우연히 쇼핑몰에서 추락사한 아이를 본 후 집착이 시작된 저자는 죽음의 근방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죽음과 생명, 삶이란 무엇이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유머러스한 태도를 잃지 않아 비극적일 수 있는 죽음을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해석해낸다.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는 대만의 장례식장 직원인 다스슝이 엮어낸 에세이집이다. 그 역시 낙천성을 잃지 않고 죽음과 삶을 관조한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태도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삶과 일을 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장례’에 대해 다양하게 출간되는 책을 보면 한국사회가 죽음을 ‘너무 엄숙일변도’로만 대했던 태도를 조금씩 바꿔가는 듯 해, 그 변화가 반갑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