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떠나고 싶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야지.”
생(生)의 마감을 앞둔 고령자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후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답지 않게 소탈했던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또한 수목장을 택했다. 구 전 회장의 별세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자연장을 알게 됐고,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좋은 자연장이냐 하는 것에는 뚜렷한 합의점이 없다.
자연장의 종류에는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수목장을 제외한 나머지 방법은 생소하다.
▲캡슐라 문디(Capsula Mundi)의 기본 개념도. 묘목 밑에 플라스틱 캡슐에 시신을 담아 매장한다. 사진-유투브 캡처
이에 이탈리아에서는 ‘캡슐장’이라는 새로운 자연장법이 공개됐다. 이탈리아의 부부 디자이너 안나 시텔라와 라울 브레즐은 자연을 보호하는 친환경적인 장법을 고민한 끝에 이런 방법을 고안했다.
이른바 ‘캡슐라 문디(Capsula Mundi)'로 불리는 이 자연장법은 캡슐 안에 시신을 넣어 나무와 함께 매장하는 방법이다.
먼저 감자와 옥수수 녹말 성분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커다란 자루 모양의 타원형 캡슐에 시신을 담는다. 태아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아서 캡슐에 담긴 시신은 땅 밑에 묻힌다.
그 위에 묘목을 심어주면 캡슐과 시신은 자연스럽게 분해되고, 묘목은 시신을 영양분 삼아 커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건의 장례가 치러지면 종국에는 묘지가 아니라 숲이 조성된다.
부부는 캡슐라 문디 방식을 통해 메모리얼 숲을 조성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 보통 고인을 장례 치르고 나면 사람들은 고인이 떠난 장소에서 추모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캡슐라 문디는 묘목 근처나 어디에서도 고인의 흔적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숲을 이루게 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는 정착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장법이라는 점에서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