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장례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슬픔, 아픔, 이별, 상실 등이다. 고인과 영원한 단절이라는 생각에 유족은 오열하고 좌절한다.
유족(遺族)이라는 말조차 남은, 혹은 남겨진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고인은 떠나고 유족은 남았기 때문에 유족은 서로 부둥켜 안고 위로한다. 위로하는 과정에서 눈물이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장례식은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렇게 슬픔으로만 기억되는 장례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아예 생전 장례식을 치르고, 영정사진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70명을 대상으로 ‘생전 장례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9.7%는 ‘생전 장례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장례식이 꼭 슬픈 분위기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44.9%)’가 가장 많았고, ‘만흔 사람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27%)’, ‘현재 장례식들은 허례허식이 많아서(18%)’, ‘사람이 죽은 다음에 치르는 장례는 의미가 없어서(7%)’, ‘남은 이들도 이별을 준비할 수 있어서(3.1%)’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은 생전 장례식 초대장 내용 중 ‘검은 옷이 아닌 알록달록한 예쁜 옷을 입고 올 것(53.9%)’이라는 사항을 가장 공감하는 것으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 8월 말기암 환자 김병국 씨는 병원에서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그는 지인 50여명과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장례식을 즐겼다. 김 씨는 “죽음 다음 장례는 아무 의미 없다. 임종 전 지인과 함께 이별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생전 장례식은 치러지고 있다. 안자키 사토루 전 고마쓰 회장은 지난해 12월 ‘감사의 모임’을 열고 생전 장례식을 치렀다. 고마쓰는 일본 건설기계 분야의 1위 기업으로, 사토루 전 회장의 생전 장례식에는 지인, 회사관계자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장례식에 쓰이는 영정사진 스타일도 과감하게 바뀌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배우 김수미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영정사진을 촬영했다. 또한 말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녀는 “70세 넘고 나이가 차서 맞는 죽음은 즐겁진 않지만 받아들이자. 근데 난 독특한 ‘또라이’었으니까 장례식도 자유롭게 ‘또라이’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영정사진이란 생각을 버리고 패션화보처럼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장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면서 장례업계의 고민도 필요해보인다. 바뀌어가는 장례 트렌드에 맞춘 장례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