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간 미묘한 갈등 기류의 향배가 주목된다. 안 전 대표 측의 유 대표에 대한 6‧13 지방선거 공동출마론(論)이 잦아들 조짐인 가운데 향후 갈등의 요인으로 공천권이 남아 있다.
유 대표는 29일 대구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6월 13일까지 공천과 우리 후보의 당선을 위해 대표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다 하고 선거가 끝나는 날 사임하겠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 생각이 변함이 없다"며 "제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확실히 정리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박주선 공동대표와 안 전 대표 간 3자 회동 결과를 설명한 것이다. 유 대표는 "지역위원장들의 서명에 대해 분명히 경고를 했다"고도 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지역구 책임자들이 유 대표에게 안 전 대표와 함께 지방선거에 출마하라고 촉구한 서명을 언급한 것이다.
유 대표는 이 서명에 대해 "당의 화합을 망치는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서명에 참여한 지역위원장이 1명을 제외한 전원이 국민의당 출신으로 의도에 모종의 의혹이 있다는 비판과 같다.
유 대표 측은 계속되는 지방선거 출마 요구를 '유승민 흔들기'로 파악하고 있다. 유 대표가 지방선거 이후의 상황을 계산해 당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안 전 대표처럼 원외인사로 만들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에 출마를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유 대표에 대한 공동출마론은 저간의 당내 사정을 감안했을 때 실현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대선 출마로 직행하려는 유 대표로선 만약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유일하게 검토 가능한 지역이 서울시장이지만, 이는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원하고 있다.
때문에 안 전 대표 측은 서울시장보다 급이 낮은 경기지사와 대구시장 등에 유 대표의 출마를 압박하고 있지만 유 대표로선 채택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실제 최근 지방선거 기획단이 바른미래당의 잠재적 득표 가능 집단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쟁력에서 유승민이 안철수에 앞선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이날 대구시장 개편대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유 대표와의 회동 결과에 대해 "(출마 여부를) 다음 주 초 정도까지 정리해서 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때 전날 오후 2시 '서울시장 출마선언' 설(說)이 돌았던 것에 대한 반응으로 출마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 전망은 당의 '출마 요청'을 끈질기게 기다렸지만, 지도부의 움직임이 없자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안 전 대표는 유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요청에 대해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데 대해 측근들에게 불만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의 '출마 요청의 요청'을 유 대표가 "스스로 결정하라"고 일축한 것은 두 사람 간 갈등의 소재가 됐다.
출마 요청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공천권 때문이다.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험지 출마를 감행하는 '희생'은 "그렇다면 서울지역 출마자의 공천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와 연결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공천 문제를 놓고 안 전 대표와 유 대표의 측근 간 물밑 신경전도 시작됐다.
안 전 대표의 과거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의 경우 안 전 대표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공천을 바라고 있는 반면, 바른정당 출신인 이준석 당협위원장이 경쟁상대다. 서울 송파을 역시 바른정당 출신 박종진 전 채널A 앵커가 출마를 준비 중이지만, 안 전 대표 측의 임내현 전 의원이 경쟁자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