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충남지사 후보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준표 당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새 인물을 찾고 있지만, 오히려 난관에 부딪히며 '올드보이'들이 귀환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와 충남지역 의원 및 당직자들은 '후보 기근' 속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대체할 후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시대에 활동한 이 전 최고위원의 출마가 가져올 역효과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27일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충남지사 후보로 이 전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이날 당내 충남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충남지사 출마를 촉구했다.
한국당 충남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은 기자회견에서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충남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한국당 충남 의원과 당협위원장 일동은 충청이 낳은 큰 인물이자 국가적 정치지도자인 이 전 최고위원을 충남지사 후보로 추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지사 사태로 판이 흔들리면서 이 전 최고위원 카드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한국당은 충청지역에서 안 전 지사의 지지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당내 후보군 중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젊은 지도자' 이미지를 갖춘 안 전 지사 측근들에 맞서기 위해선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인 김지은 씨가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됐다. 이 사태로 인해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안 전 지사의 측근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까지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에 여당에서는 4선의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전 시장이 아산시장이 겨루고 있다.
하지만 안희정 사태의 후폭풍이 예상만큼 크기 않은 상황이이서 결국 '필승 카드'라기 보다는 어쩔수 없이 이 전 최고위원을 낙점한 것으로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출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고, '올드보이'들이 귀환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구시대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한국당은 인천(유정복)·경기(남경필)·부산(서병수)·울산(김기현)에 현직 단체장을 재공천하고, 대전시장 후보로 대전시장을 지냈던 박성효 전 의원을 선택했다.
일부 후보들은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당 소속으로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용선 예비후보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정치 신인을 배제한 채 기존 정치인 중에서 전략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24일에는 한국당 당원 20여명이 충남 홍성 소재 홍문표 사무총장의 지역사무실을 방문해 "이 전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하려는 중앙당의 움직임은 최근 회복되고 있는 충남 지역의 당 지지세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항의했다. 홍 사무총장은 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충남에 지역구를 둔 당내 초선의원은 "오죽하면 구시대적 인물인 이 전 최고위원한테까지 도움을 요청하겠냐"라며 "지방선거에 출마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로선 당 입장에서 최상의 카드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선에서 지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