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7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를 갖고 최근 한반도 정세와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및 정의당, 보수성향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이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께부터 오후 1시40분께까지 100분가량에 걸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과 식사를 겸한 영수회담을 가졌다.
이외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 이용주 평화당 원내수석부대표,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 등을 비롯해 청와대 측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한병도 정무수석이 함께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며 각 정당 대표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부터 최근 대북특사단의 성과 중 하나인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이번에도 평화를 내세워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지만 이 것이 북핵 완성에 시간을 벌어주는 남북정상회담이 되어선 정말 (안 된다)"며 "마지막 북핵 완성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한테는 지울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평양(에 가서)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와서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바로 이튿날부터 김정일 위원장이 핵전쟁을 준비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북한은) 바로 핵실험을 계속 했다. 2005년 9·19 6자회담 공동 선언문을 보면 북핵 폐기 로드맵까지 다 만들어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과거 북한에 속았던 전철을 이번엔 밟지 않기를 부탁하려고 오늘 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과 9월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있었으나 모두 '정치적 쇼'라 규정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을 만나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다고 해서 제재와 압박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실하게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공동대표는 "북한이 일시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피하고 군사적 옵션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 시간벌기용 쇼를 하는 것인지, 실제로 비핵화의 길로 나올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상호 약속, 검증과 실천을 통해서 하나씩 확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지금부터 북한을 상대로 매우 어려운 비핵화 협상이 시작될 것인데 제대로 된 협상전략을 수립해 비핵화 목표를 꼭 달성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체제 안정 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를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기, 확장억제 해제, 제재와 압박의 해제,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등을 먼저 해주면 핵 포기를 생각해보겠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긍정적 반응을 내비치며 당을 넘어서는 차원의 협력을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안보 문제 진도가 나가려면 초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추 대표는 "한국은 다당제, 자유주의 체제라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안보 분야 만큼은 여야가 깊이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모아야 할 때다. 특사단이 희망의 보따리를 가져왔다. 비핵화 의지, 북미 대화 의지, 추가 핵도발 중단 등 (북한에) 듣고 싶은 본론이 테이블에 다 올라왔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과거 정상회담은 임기 말에 있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은 임기초에 이뤄졌다. 차곡차곡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가 구축될 것이다. 4월 정상회담이야말로 그 토대가 될 것"이라고도 환영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대북특사단의 성과를 거론하며 "이것은 정말 중요한 절호의 기회다. 기회를 잘 살려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성사됐으면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의 성과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국론을 모아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고 여야를 넘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평화 만들기라는 것은 무엇보다 정치적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간은 대립과 갈등의 국면 속에서 평화를 굉장히 힘겹게 지켜왔던 시간이라면 앞으로는 평화를 함께 만드는 '피스 메이킹'의 시기를 우리 정치권이 열어나가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현대사에 위대한 평화 외교는 위대한 협치가 뒷받침됐을 때 가능했다는 여러 사례들을 잘 반추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열 때는 진보나 보수와 상관없이 큰 틀에서 그 진전을 이뤄왔던 공들은 다 있어왔다. 앞으로 우리가 여야 없이 어떻게 잘 계승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