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출범 후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바른정당이 고정 지지층을 어디로 타깃화 할지를 두고 또다시 노선 갈등을 벌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면 진보든 보수든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한데 통합 전부터 잡음을 유발했던 노선 문제가 아직까지도 갈 길 먼 바른미래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지방선거전략과 지지율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바른미래당 의원 연찬회에서 일부 의원 간 설전이 오갔다.
8일 바른미래당 관계자에 따르면 유승민 공동대표는 이날 "보수라고 하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당이 지지율을 올리려면 보수층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출신인 한 의원은 "우리가 굳이 보수라고 말을 해서 지지층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나. 진보 쪽의 표를 끌어와야 된다"는 발언으로 응수했다.
당 내 노선 갈등이 재점화한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유권자 2003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2%포인트)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0.3%포인트 떨어진 6.8%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 관계자는 "국민의당 텃밭이었던 호남(4.0%)에서 기존 국민의당 지지층이 이탈하며 합당 이전 바른정당 지지율로 회귀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당 내부에선 불확실한 정체성으로 '맹탕 정당'이 되는 것 보단 명확한 노선 결정으로 고정 지지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색깔이 없는 바른미래당은 지금 국민 눈에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는 더불어민주당, 보수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도 저도 아닌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함께 나아가도 모자를 판인데 의원들의 생각에 차이가 너무 크다"며 "진보와 보수 성향이었던 두 정당이 만나 발생하는 불가피한 갈등이겠지만 야당 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하나로 뭉친 만큼 각 의원들이 하루빨리 자기분열 과정을 마쳐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확실한 '시드머니'를 보유하기 위해 노선 결정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인 한 의원은 "결국 정치인은 자신의 고집보다는 지지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의 바른미래당이 고정 지지층을 얻어 야당 교체를 이루려면 현실적으로 한국당이 갖고 있는 보수 표를 끌어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진보냐 보수냐의 이념 논란에 빠져 있기 보단 바른미래당의 창당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지지자들을 위해 우리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며 "한국당에 실망한 보수층, 마음 둘 곳이 없는 무당층을 향해 바른미래당이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정 지지층을 얻어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