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세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천연가스와 석유제품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자동차·가전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대로 대미 무역 불균형은 해소되고 있지만 미국의 통상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산 제품 수입은 전년보다 22.4% 증가한 4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입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 제품 수입이 전년 대비 1025.9%나 늘어난 가운데 천연가스 수입도 323.4% 증가했다. 이외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71.0%), 육류(14.7%)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김영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원전 가동이 줄면서 천연가스 수입이 대폭 증가한 가운데 중동 정세 영향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 내 신차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완성차 제품 경쟁 심화와 원화 강세 등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지면서 자동차 수출은 작년 보다 17.9%나 줄었다.
가전 수출도 전년 대비 20.4%나 줄었다.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등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린데 따른 영향이다.
이에 따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1월(9억7000만달러)보다 67%나 감소한 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같은 감소 폭은 2000년대 들어서 처음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밑돌았다.
무역 불균형 문제는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입품 제조 국가를 대상으로 잇따라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하는 등 통상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최근에는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는 등의 당근책을 제시해왔다. 이같은 전략이 실제 대미 무역흑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통상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무역구제 이슈는 한미 FTA 2차 개정 협상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지난달 31일 협상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무역구제도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