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바쁘게 돌아가던 정치권은 정권교체 후 한숨 돌리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내년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확실시 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의 조짐이 보인다. 사회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가속화 되고 있다.
21일 일어난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와 25일 광교 오피스텔 공사현장 화재는 우리에게 경고음을 울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또다시 대형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되짚어볼만 하다.
세밑에 일어난 참사는 우리에게 '안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사회 곳곳에 쌓여있는 적폐를 청산하자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안전 불감증에 젖어있다.
상조·장례업계도 제6회 한국상조·장례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서서히 한해 업무리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대다수 회사가 12월 마지막 주 초에 종업식을 통해 한 해를 짚어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사다난 했던 2017년, 상조·장례업계가 되짚어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상조업계에 적대적인 정치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제윤경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발표했다.
제 의원이 발의안 개정안은 상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대폭 강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기존의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외에도 금융감독원(위원장 최홍식)을 감시 기관으로 추가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게다가 공정위는 조사나 검사를 금감원에 위탁할 수 있고, ▲재무구조 ▲자산 건전성 ▲회계 및 결산 ▲위험 관리 ▲그 밖의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해서 상조업체와 공제조합에 경영건전성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했다.
이 같은 규정은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뤄져 있어 악용의 소지가 충분했다. 이때문에 상조업계는 날벼락을 맞은 듯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당장 상조사업자협의회(회장 김호철)와 한국상조업협동조합(이사장 송장우)은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금융감독원 위탁' 문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법안이 발의 된다고 모두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상조업계의 청원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법안 소위원회 회의 시에 조합의 대표를 출석하도록 하여 의견을 진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상조사업자협의회의 건의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 측에서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 의원의 발의 내용에 난색을 표했다. 상조업체가 일반적인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금감원의 불만의 한 부분이었다. 괜히 벌집을 건드렸다 곤란해지기 싫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의원은 발의를 철회하기는커녕 6월에 새로운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또내놓았다. 이번에는 소비자 분쟁 발생시 상조업체에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상조업체 폐업 및 다른 상조회사로 인수합병시 기존 고객에 대한 선수금 보전 등 분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상조업체에 부과한 것이다.
먹튀 기업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나온 것이지만 상조업체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상조업계에 대한 때리기가 계속 되자 상조업계 종사자들은 힘이 빠진 모습이다.
한 중견 상조업체 간부는 "정치권에서 상조업의 본질도 모른 채 '때리기'에만 열중하니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면서 "당장 회사에서 직원 채용 규모를 줄이고 몸사리기 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기간에도 여지없이 상조업계 때리기가 나왔다.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은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의 보상률이 낮다며 두 기관을 강하게 성토했다.
실제로 지 의원이 제시한 자료만을 토대로 판단할 경우 보상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한상공과 상보공이 출범한 2010년에는 홍보 부족 등으로 보상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보상률이 70%에 육박한데다, '안심서비스' 런칭으로 폐업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적극 구제하고 있다.
조합의 내부 관계자는 "정확한 앞뒤 사정을 모른 채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조업계 사정을 모르는 정치권 인사들의 무차별적 비판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불합리한 행태는 상조·장례업계 사업자들이 하나로 뭉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상조업계는 다행히 상조사업자협의회가 출범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상조업계와 장례업계가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인 단체는 아직까지는 없다.
앞으로 상조·장례업계에 대한 부당한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해 하루 빨리 상조·장례업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시간이 없다. 2018년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