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17일 충남지사 3선과 재보궐 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그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지사는 18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송년 기자회견을 갖고 "3선 도전은 물론 보궐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고 내년 6월30일까지 도지사 임기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 지사는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언론의 계속된 질문에도 "당에서 다른 요구를 하더라도 임기를 잘 마무리하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강조했다.
안 지사는 추후 행보에 대해 "송별 기자회견 때 밝히겠다"고 언급을 삼가하고 있지만 안 지사의 측근 그룹에서는 당대표 도전과 야인(野人) 활동 가능성 등 두 가지로 압축해 전망하고 있다.
내년 8월 선출되는 차기 당대표는 21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무게감이 크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당을 장악,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안 지사에게도 같은 길을 걸으라는 주문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인적 구성상 당선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안 지사는 꾸준히 연립정부를 주장하는 등 의회에서의 협상을 강조, 친문 핵심부와 결을 달리하는 편이다. 안 지사와 가까운 이들 중에는 과거 '비노' 그룹에 속한 인물도 제법 있다. 그런 만큼 그가 당대표에 출마할 경우 '친문' 진영이 지지를 보낼지 의문이다.
특히 안 지사는 최근 '문 대통령 극성 지지자'를 겨냥해 "이견 자체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지지운동으로는 정부를 못 지킨다", "아예 처음부터 닥치고 따라오라는 구조로 가겠다는 것은 잘못된 지지운동"이라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일부의 항의로 도청 업무가 차질을 빚었다는 후문이다.
안 지사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당대표는 청와대랑 사인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며 "당대표에 나가면 친문과 충돌해서 상처만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당대표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차기 총선까지 1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임기를 마친다는 보장이 없다. 임기 중 이뤄질 수많은 보궐선거에서 패하거나 당내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대표직이 위태로워지는데, 이럴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안 지사가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원내 중심으로 운영되는 민주당에서 원외 당대표로서 갖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그간 '재보궐선거 출마-당대표 도전'은 하나의 묶음으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선택지로 야인 생활 가능성이 꼽힌다. 21대 총선까지 정치 전면에는 나서지 않은 채 강연이나 토크콘서트 등 대중과 호흡하는 활동을 하면서 지지층을 다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기간 동안 남북통일, 사회적 대타협, 대연정 등 본인이 고민하고 있는 대선 의제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견문을 넓히는 차원에서 일정 기간 해외에 체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중의 이목에서 멀어지고, 당내 기반을 쌓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그가 향후 내놓을 의제에 대한 주목도는 역으로 높아지는 이점이 있을 수 있다. 다른 대선주자에 비해 정치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 관련 안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지사 본인은 지사직을 마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충전 시간을 가진다는 데 기울어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안 지사의 정치인생을 건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