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결과적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긴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완패 당했다는 평가다.
이날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의 경우 애초 정부안인 1만2221명에서 2746명을 줄인 9475명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절반인 7000여명을 주장했지만 절반은 커녕 국민의당 안보다도 큰 숫자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지난해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당시 국회가 공무원 증원 규모를 4500명에서 2875명으로 약 36% 삭감된 데 반해 이번에는 22% 삭감으로 폭을 줄였다는 점도 이번 예산안이 정부여당의 뜻대로 진행된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지난 4일 3당 원내대표 간 잠정합의문 발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수고했다"라고 격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세 인상의 경우에도 한국당은 유보입장을 취했지만 과표구간을 2000억원 초과에서 3000억원 초과로 상향했지만 25%최고세율을 유지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초대기업 증세'라는 취지를 살린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논란이 됐던 두 가지 쟁점에 대해 '유보'라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국회법에 따라 의원 50인의 동의만 있어도 본회의에 상정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수가 총 160석으로 과반이라는 점에서 잠정 합의안이 완성됐을 때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여겨졌다.
한국당 입장에선 의석수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116명 의석수인 원내 제2당 한국당이 이번 예산안 협상에서 '종이호랑이'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당내안팎에서는 '협상력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상당수 나왔다. 야성은 이럴 때 발휘했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년간 집권여당으로 전투력이나 협상력이 민주당에 비해 여실히 부족했단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4일과 5일 의총 비공개 때는 많은 의원들이 잠정합의안을 두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의총에서 의원들은 3당 원내대표 잠정합의문 원천무효, 본회의 참석거부, 필리버스터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원내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직접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 잠정합의안 반대로 당론이 정해졌다고 밝혔다.
한편 12일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선 이번 경우를 교훈으로 야성이 강한 원내대표를 뽑아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