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문인들을 해외교류사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문학번역원 김성곤(68) 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지난 10월말 문체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김 원장이 당장 그만 두는 것은 아니다"며 "올해 12월까지 근무하면서 남은 일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2월 제5대 한국문학번역원장에 선임된 김 원장은 내년 2월까지 번역원을 이끌 예정이었다. 2015년 2월 임기 3년을 모두 채웠지만, 문체부에서 임기를 추가로 3년 연장해서다.
김 원장의 사퇴 배경은 한국문학번역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한국문학번역원이 문체부 지시를 받아 한국문학 세계화를 위한 번역사업에서 특정 문인들을 배제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진상조사위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한국문학번역원은 문체부 지시 아래 이시영과 김애란, 김연수, 신경림, 박범신 등 문인들을 해외교류사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역원은 지난해 2월 '미국 하와이대 및 UC 버클리대 한국문학행사'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김수복·이시영 시인을 참석 명단에서 제외했다.
신경림 시인과 박범신 소설가는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 한국문학행사에서 제외됐으며, 소설가 김연수와 김애란도 2015년 미국 듀크대 초청행사에 초청을 받고 한국문학번역원 비협조로 현지에 가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김 원장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국제비교한국학회(IACKS) 회장, 문학사상사 주간, 서울대 언어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뉴미디어시대의 문학'(1996), '글로벌시대의 문학'(2006)' 등을 발간하는 등 평론활동과 함께 시인 황동규·문정희씨의 작품을 번역, 미국에서 출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