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국가정보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가짜 사무실을 차리고 압수수색을 방해하는 등 '검찰 농락'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검사들이 무더기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들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으며 조만간 소환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은 2013년 국정원 사건의 수사 방해 행위와 관련해 장호중(50·사법연수원 21기) 부산지검장 등 총 7명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중이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서천호 당시 국정원 2차장을 비롯해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부산지검장, 국정원 법률보좌관이었던 변모 서울고검 검사, 파견검사였던 이모 부장검사 등 현직 검사 3명이 포함됐다.
장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꾸린 TF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 지검장은 검찰의 국정원 심리전단 압수수색이 벌어지자 '가짜 사무실'로 수사관들을 유인하고, 조작된 서류를 압수수색 대상 물품으로 내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으로 파견돼 일하는 검사가 '친정'인 검찰의 수사를 적극 방해한 것이다.
변모 서울고검 검사, 파견검사였던 이모 부장검사도 당시 국정원의 수사방해 TF에 소속돼 활동했다.
그동안 여러 수사에서 '제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은 이번엔 단단히 수사를 벼르는 분위기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원론적으로 필요하면 누구라도 불러서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공개수사를 단행한 것이다.
또 이들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검찰은 이례적으로 "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만간 대상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신속히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내부자'들을 겨눈 검찰 수사는 이 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 등 수사진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부산고검 차장을 지낸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수사선상에 올려 놓고 있다.
특히 최 전 2차장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에 대한 사찰 내용을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지목돼 최근 출국금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지역 한 검사는 "국정원에 파견돼 수사 방해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검찰에서 봐주기를 못할 거 같다"며 "당시 수사팀 입장에선 가짜 사무실에 위조서류를 내밀어도 어쩔수 없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번 일은 검찰이 정리를 하고 넘어갈 분위기"라고 관측했다.
또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현직 지검장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섬뜩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간부는 "압수수색을 당한다는 것 자체가 공무원 입장에서 구속이 안 되면 다행이고, 그만두는 건 기정사실화 된 거 아닌가"라며 "공무원으로 하루하루 사는 게 섬뜩섬뜩하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