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낯설고 놀랍게 여기는 것 중에 하나가 ‘한국의 술 문화’라고 말한다. 2, 3차가 만연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여느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횟수만큼이나 1인당 평균 술 소비량에 있어서도 세계에서 단연 높은 수준이다.
최근 식약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적정 섭취량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응답자의 31.4%는 지난 1년간 폭탄주를 한 번 이상 마셔본 경험이 있다고 답해 고위험 음주율도 상당히 높은 편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을 잘 마셔야 대인관계 등이 원만해진다는 인식 때문에 원치 않더라도 술 자리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같이 모임이 잦은 연말은 이러한 술자리가 더욱 많아지는 때이다. 어제 마셨더라도 오늘 또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피로와 속 쓰림 등으로 유독 힘든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잦은 음주나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 가장 먼저 간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음주는 간 뿐만 아니라 관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므로 골다공증이나 고관절 질환에 더욱 취약한 여성일수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적당한 알코올은 몸의 혈액순환을 돕지만 과해지면 관절염의 대표 증상인 통풍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주 요인이 된다. 겨울철 극심한 통증과 부종이 나타나는 통풍성 관절염은 날카로운 요산결정들이 몸 밖으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관절에 침착 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통풍성 관절염의 원인으로 꼽히는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로, 혈액, 체액, 관절액 내에서는 요산염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 퓨린은 맥주 등 술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어서 평소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독과 같다. 여기에 안주로 많이 찾는 고기류에도 퓨린이 많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과다 섭취하게 되면 일반인들도 통풍성 관절염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술의 ‘아세트 알데히드’ 성분은 체내에 축적되면 각 관절로 통하는 혈관을 막아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관절의 영양공급을 저해하기 때문에 관절염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성분 이외에도 보통 2, 3차까지 이어지는 오랜 술자리는 비스듬하거나 바르지 못한 자세를 불러와 관절 부위에 무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군포병원 관절센터 김종구 과장은 “연말을 맞아 음주 후 관절 통증이나 관절염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정확히 어떤 관절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관절의 내부 상태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정확한 검사 및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숙 기자 news7@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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