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지정장례식장 선정에 안양시 장례식장만 셀프평가
안양시 "보건부에서 현장평가 하란 말 없어..."
보건부 "당연히 현장평가 해야"
올해 안에 국가재난 장례식장 지정된다
경기 안양시가 국가지정 장례식장 지정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안치능력과 시설 규모 등 현장평가를 해당 장례식장에 위임해 '셀프 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장례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가재난 대비 지정장례식장' 선정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전국 지방자체단체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 선정은 보건복지부가 세월호, 메르스 등 국가적 재난·감염사태 발생 시 사망자나 감염 시신 등에 대한 신속하고 안정적인 장례지원을 위해 추진됐다.
이 같은 제도는 박일도 한국장례업협회 회장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박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대적으로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 선정을 진행해왔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으로 선정되면 평상시에는 사설장례식장으로 운영되다가 해당 지역에서 재난·재해가 발생 시 거점 장례식장으로 활용된다.
재난발생시 지정장례식장은 보건부로부터 장례용품이나 인력, 방역 등을 지원받지만 평소에는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이 없어 사실상 '봉사'의 성격이 강하다. 오히려 장례식장 손님이 줄어들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대승적 차원에서 참여하는 장례식장도 많은 형편이다.
▲안양에 위치한 안양장례식장과 메트로장례식장
지정장례식장 선정은 각 지자체가 해당 지역 내 선정에 참여의사를 밝힌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통해 배점이 매겨진 '세부지정기준 평가표'와 자치단체장 추천서 등 구비서류를 시·도를 거쳐 보건복지부에 전달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부지정기준 평가표는 시신관리시설(65점), 인력구성(25점), 편의시설(10점)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염습실 설치 여부, 안치능력, 빈소설치 유무, 염습가능 인력, 상담실 개별설치 여부 등 15가지 항목을 우수, 보통, 미흡 등으로 평가한다.
안양시는 지역 내 5개 장례식장 가운데 안양장례식장, 메트로장례식장 등 2곳을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안양시는 현장실사를 통한 평가표를 작성하지 않고, 해당 장례식장에게 직접 작성한 평가표를 보건복지부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 장례식장이 스스로를 평가해 제출한 셈이다.
평가표의 '확인자'와 '조사자' 란에는 담당공무원의 직책과 서명이 포함됐다. 평가기관인 보건부로서는 평가표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는 "지역 내 장례식장의 운영능력이나 시설 규모를 이미 파악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에서 반드시 현장평가를 하라는 지시가 없어 직접 평가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안양시의 해명에 대해 보건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신행 보건부 노인지원과장은 "(평가표는) 안양시가 책임지고, 담당자 결재를 받고 넘어온 것"이라면서 "평가표에 점수를 주려면 당연히 현장에 가서 확인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과장은 "'현장평가'라는 말은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어서 굳이 얘기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평가서에 (담당 공무원이) 직접 사인하도록 되어있으니 자기 이름 걸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난장례식장 지정 추진 현황에 대해 "전국 253개 시군구 중에 장례식장이 없는 곳도 있고, '귀찮다'는 이유로 신청하지 않은 곳도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중인데 올해 안에는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내 시·군 27곳에서 총 40개의 장례식장이 보건부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