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묘 대신 '무덤 친구' 만들고 같이 묘역관리
사후 뿐만 아니라 사전 관리로 마지막길 아름답게 꾸미려 노력
한국서도 공원형 묘지 2세대 고민 커
일본은 한 자리에 대(代)를 이어 납골 되는 가족묘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연사회(憮緣社會)'라는 말이 일반화 될 정도로 핵가족과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더는 가족묘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일본에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장례가 등장하고 있다. '무덤 친구'를 만들어 같이 무덤에 갈 사람끼리 자신이 묻힐 묘역을 가꾸는 것이다. 마치 식물을 기르듯 열심히 물을 주고 관리한다. 나중에 자신의 마지막날을 위해서다.
일본의 장례업체 '엔딩 센터'는 합동 묘 형태의 수목장인 '벚꽃 장(葬)'을 서비스 하고 있다.
벚꽃은 일본 사람들이 특히 사랑하는 꽃으로 유명하다. 특히 봄철에 활짝 핀 벚꽃은 그것만으로 절경이다.
▲사찰에서 진행된 합동 묘 형태의 수목장, 이른바 '벚꽃 장'
엔딩 센터'는 벚꽃과 합동 장례에 착안해 2005년 처음으로 '벚꽃 장'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노우에 하루요 엔딩센터 대표는 "우리는 생전, 사후 지원은 물론,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회에서 어떻게 삶을 마감하는가를 같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벚꽃 장은 한국 수목장과 달리 무덤에 들어가기까지 생을 마감하고 자신다운 무덤에 들어가는 것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목장은 그저 사후에 묻힐 곳을 정하는 것이라면, 일본의 벚꽃 장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차분하게 관리하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컨셉은 큰 호응을 얻어 도쿄에서만 3천 가구가 신청했을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사후에 이르는 과정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폐를 끼치기 싫다는 일본 사람들의 심정이 반영된 장례의 형태다.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묘역을 관리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유대감을 다진다.
서로 '무덤 친구'라고 부르면서 사이좋게 지낸다. 친구가 되고 나면, 일상에서 곤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돕는다. 상부상조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공원형 묘지 2세대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원형 묘지를 늘리는 데만 주목했다면 이제는 '아름다운 묘지'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공원형 묘지를 떠나 '아름답고 개성있는' 모델을 고안하기 위해 장례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벚꽃 장'과 같은 특색있는 모델이 나올 수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