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문화팀】=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인 유치 경쟁으로 추진이 무기한 중단된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해 건물 신축을 중심에 둔 건립 방안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설가 겸 시인인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한국문학진흥 및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공동준비위원회'(문학진흥공준위)와 도종환 국회의원실이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제1회 한국문학미래포럼'에서 "역사적이거나 문화적으로 상징성에 있는 장소에 짓거나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쓸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문학관 건립 부지 선정을 위해 5월3~25일 지자체를 대상으로 부지 공모 신청을 접수받아 그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국 24개 지자체가 국립문학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문학보다는 지자체 간 자존심 경쟁으로 왜곡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박 교수는 유치 과열을 겨냥, 특정 장소 한 곳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거리를 둔 여러 장소에 건물을 지어 서로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시인협회부회장인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도 "꼭 신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존 시설 가운데 적임지가 있는가를 포함해 열어놓고 다양한 접근방법을 검토해본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역사(驛舍)를 개축해 인상파 회화를 비롯한 19세기 미술의 중심이 된 오르셰 미술관의 예를 든 그는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 무대였던 옛 서울역사와 같은 상징성이 있는 공간을 국립한국문학관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한국문학관과 지역마다 존재하는 수많은 공사립문학관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인인 겸 문학평론가인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는 "국립한국문학관이 국가 단위로 된, 종합적인 성격의 문학관이라면 지역마다 거의 가지고 있는 문학관과 불가분의 관계를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국립한국문학관이 지역의 문학관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또 관리, 감독할 수 있느냐, 하는 문학관의 일관 시스템의 문제도 앞으로 꾸준히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을 채울 콘텐츠 구성에 대한 논의 없이 부지 선정을 놓고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문학평론가인 오창은 중앙대 교약학부대학 교수는 "콘텐츠 확보와 국립한국문학관의 매개적 가치는 깊이 연관됐다"며 "차분하게 국립한국문학관을 채워넣을 근대문학자료유산에 대한 확보 작업을 진행하고 그 콘텐츠를 고려해 건설 계획을 세웠야 맞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근대문학자료유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대문학유산 자료수집위원회'라는 전문가집단을 구성, 개인소장자들의 자료를 목록화하고 예우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학계는 이날 8월 시행 예정인 '문학진흥법'을 위해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박덕규 교수는 문학진흥법 7조를 보면, 문학진흥정책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자문에 그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지적했다. 이어 "제정안에 따르면 정기회의도 반기별 1회이고 위원은 회의 시 여비를 지급하는 정도의 직위 대우만 받는다. 사무국도 없는 장소에서 자문회의에 와서 의견을 내는 정도로만 일하게 된다"며 위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없는 구조를 꼬집었다.
김혜준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은 문학진흥정책위원회의 위상과 일부 역할을 문화예술위원회의 특별위원회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을 주도한 문학진흥공준위는 한국문학의 대표 5개 단체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5월23일 결성한 단체다. 앞으로 몇차례 더 토론을 열 계획이다.